퇴근 무렵, 모니터 불빛 사이로 핸드폰 알림이 깜빡였다.
익숙하지 않은 번호.
10시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전화를 받았더니 우리 회사 새 직원 김모씨의 목소리였다.
"저... 팀장님. 죄송한데요... 내일부터 못 나갈 것 같습니다."
나의 뇌는 그 순간 정지했다.
불과 15시간 전, 환하게 웃으며 입사서류에 도장을 꾹 누르던 그 사람이 맞나?
2주 전 서류전형에서 빛나던 그 이력서의 주인공이 맞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혹시... 무슨 문제라도...?"
"아... 그게... 좀 개인적인 사정이..."
더 이상의 설명은 없었다.
대신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통화는 끝났다.
회사에서는 채용을 위해 구인광고비, 서류검토, 면접관 투입시간, 신입교육 준비까지 약 기백만 원에 달하는 비용과 시간을 투자했다. 모든 프로세스를 거쳐 드디어 입사한 직원이 단 하루 만에 사라진 것이다.
다음날, 그는 약속대로 퇴직서류를 작성하러 왔다.
어색한 침묵 속에서 퇴직서에 서명을 하는 그의 손이 살짝 떨렸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이미 결정한 일이라면 존중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법적으로는 하루 근무에 대한 급여와 회사에서 요청한 경우 퇴사서류 작성 시간에 대한 시급까지 지급해야 했다.
세금 공제 후 88,650원. 회계팀에서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급여명세서를 출력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네요. 채용에 들인 비용 생각하면..."
돌이켜보면, 그 직원의 눈빛에서 뭔가 망설임이 보였던 것 같다.
면접 당시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신호였을까?
아니면 첫날 무언가 결정적인 일이 생긴 걸까?
사랑? 가족문제? 더 좋은 offer? 결국 그 이유는 미스터리로 남았다.
인사담당자로서 가장 짧은 재직기간 기록을 세운 직원을 보내며 생각했다.
사람의 마음은 참 알 수 없다.
채용은 미팅 한 번으로 평생을 약속하는 연애와도 비슷하지 않을까.
서로 마음에 들어 시작했지만, 함께하는 순간 깨닫는 것들이 있다.
급여 이체 확인까지 마치고 그날의 보고서에 기록했다.
"채용 후 최단기 퇴사 사례: 1일. 사유: 개인 사정. 비용 정산 완료."
채용 프로세스를 다시 검토해야 할까?
아니면 그저 운이 없었던 걸까?
이력서와 면접만으로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음이 분명하다. 인연이란 것도 참 묘한 법이다.
이 경험은 우리 회사 채용 역사에 작은 일화로 남았지만, 인사담당자로서 나에게는 큰 교훈이 되었다.
때로는 모든 절차를 완벽히 해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는 법. 그것이 비즈니스이자 인생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