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채용 지옥의 끝에서 만난 인재, 24시간 만에 사라졌다

by 3blackbeans 2025. 5. 13.
반응형

퇴근 무렵, 모니터 불빛 사이로 핸드폰 알림이 깜빡였다.

익숙하지 않은 번호.

 

10시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전화를 받았더니 우리 회사 새 직원 김모씨의 목소리였다.

"... 팀장님. 죄송한데요... 내일부터 못 나갈 것 같습니다."

나의 뇌는 그 순간 정지했다.

불과 15시간 전, 환하게 웃으며 입사서류에 도장을 꾹 누르던 그 사람이 맞나?

2주 전 서류전형에서 빛나던 그 이력서의 주인공이 맞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혹시... 무슨 문제라도...?"

"... 그게... 좀 개인적인 사정이..."

더 이상의 설명은 없었다.

대신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통화는 끝났다.

 

하루만에퇴사01

 

회사에서는 채용을 위해 구인광고비, 서류검토, 면접관 투입시간, 신입교육 준비까지 약 기백만 원에 달하는 비용과 시간을 투자했다. 모든 프로세스를 거쳐 드디어 입사한 직원이 단 하루 만에 사라진 것이다.

다음날, 그는 약속대로 퇴직서류를 작성하러 왔다.

어색한 침묵 속에서 퇴직서에 서명을 하는 그의 손이 살짝 떨렸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이미 결정한 일이라면 존중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법적으로는 하루 근무에 대한 급여와 회사에서 요청한 경우 퇴사서류 작성 시간에 대한 시급까지 지급해야 했다.

세금 공제 후 88,650. 회계팀에서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급여명세서를 출력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네요. 채용에 들인 비용 생각하면..."

 

돌이켜보면, 그 직원의 눈빛에서 뭔가 망설임이 보였던 것 같다.

면접 당시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신호였을까?

아니면 첫날 무언가 결정적인 일이 생긴 걸까?

사랑? 가족문제? 더 좋은 offer? 결국 그 이유는 미스터리로 남았다.

 

하루만에퇴사02

 

 

인사담당자로서 가장 짧은 재직기간 기록을 세운 직원을 보내며 생각했다.

사람의 마음은 참 알 수 없다.

채용은 미팅 한 번으로 평생을 약속하는 연애와도 비슷하지 않을까.

서로 마음에 들어 시작했지만, 함께하는 순간 깨닫는 것들이 있다.

급여 이체 확인까지 마치고 그날의 보고서에 기록했다.

 

"채용 후 최단기 퇴사 사례: 1. 사유: 개인 사정. 비용 정산 완료."

 

채용 프로세스를 다시 검토해야 할까?

아니면 그저 운이 없었던 걸까?

이력서와 면접만으로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음이 분명하다. 인연이란 것도 참 묘한 법이다.

 

이 경험은 우리 회사 채용 역사에 작은 일화로 남았지만, 인사담당자로서 나에게는 큰 교훈이 되었다.

때로는 모든 절차를 완벽히 해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는 법. 그것이 비즈니스이자 인생인 것 같다.

 

반응형